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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하드웨어

2021년 새 PC 조립

20년 이상 조립 PC만 사용해온 입장에서 언제나 새로운 조립 PC를 맞추는 일은 재미있으면서도 귀찮은 일이다. 실제로 시스템을 한번 맞춰놓고도 1년에 수십번은 부품이 바뀌는 것이 일상인 PC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2020년에는 미들타워 케이스에 최상위 부품들을 가득채운 시스템을 사용했었지만 일반적인 PC라는 느낌이 강해 큰 특별함을 갖추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물론 사양도 좋았고 불만없는 좋은 PC 였다. 여기에 2020년 AMD 신제품들이 나오면서 신제품들로 가득 채웠기에 실제 부품들을 교체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일단 새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그 다음에 부품 선정이 따라와야 한다.

보통 부품 선정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빅타워/미들타워/미니타워(또는 ITX) 시스템같이 케이스 크기를 기준으로 정하고 거기에 맞는 부품들을 선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이다.

 

일반적인 사용자는 용도나 원하는 성능선을 보고 CPU나 그래픽카드를 우선 정해놓고 선택하겠지만 매니아라는 선을 넘어버리면 케이스나 메인보드를 먼저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유저는 커스텀 수냉을 고려한 시스템을 선택하기도 한다.

 

커스텀 수냉에 대해 비교적 부정적인(적어도 유지/보수/비용 모든 면에서 일반 사용자를 위해 절대 합리적이지 않다.) 본인 입장에서는 기성품만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마침 마음에드는 ITX 케이스(darkFlash DLH21 ITX)도 새로 출시했기에 부품선정은 해당 케이스에 최대한 맞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ITX 메인보드는 아무래도 확장성이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라이젠 CPU와 잘 맞는 Mini-ITX 규격으로 한정했더니 마음에 드는 부품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케이스에서 2슬롯 GPU를 지원하는 것을 보니 Mini-DTX 규격 메인보드도 장착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스펙확인하니 길이 자체에는 살짝 여유가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ASUS Crosshair VIII Impact 메인보드는 X570 칩셋 기반에 우수한 전원부, 멋진 외형 등 필요한 부분은 전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메인보드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CPU는 라이젠 5000시리즈 중 게임을 포함한 전반적인 성능이 가장 좋은 라이젠 9 5900X로 결정했다. 마음같아서는 3열 수냉쿨러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ITX 케이스의 한계, 라이젠 9 5900X는 2열 수냉쿨러로도 충분히 발열 커버가 가능하므로 darkFlash TRACER DT-240 2열 수냉 쿨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용하기로 결정한 케이스가 SFX 규격 파워서플라이만 지원하고, 최근 고성능 CPU 및 그래픽카드의 전력 소모를 고려해서 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700W 80PLUS GOLD 파워서플라이를 선택했다. 풀 모듈러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케이블 연결을 줄일 수 있어 좁은 ITX 케이스에 더할나위없이 적당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메모리는 써멀테이크 DDR4 16GB(8GB 2개) CL19 TOUGHRAM RGB 블랙을 사용했다. RGB도 충분히 화려하고 높은 클럭을 지원해 성능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품이다.

 

스토리지는 WD에서 출시한 PCIE 4.0 SSD인 WD SN850 500GB를 사용했다. PCIE 4.0 SSD 중에서도 최상위 스펙을 갖추고 있어, 최대 순차 읽기는 7000MB/s를 자랑한다. 500GB 제품은 쓰기 속도가 더 높은 용량의 제품보다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아쉽지만 이정도도 충분히 최고급 사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픽카드는 아무래도 라데온을 써보자고 생각해 라데온 RX 6900 XT를 선택했다. 물론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고 샘플을 잠시 사용했다. 일단 거의 최상위급의 ITX 시스템을 구축하는 컨셉이고 여기에 라라랜드라는 좋은 설정이 더해졌으니 이 시스템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샘플 반납이 필요하므로, 차후 라데온 RX 6800 XT 정도로 타협을 볼까 생각한다.)

 

이미 가지고 있던 부품들이 절반정도는 되었기 때문에 드래곤볼을 모으는데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부품 선정에 대한 글을 쓰는데 분량이 장난 아니다.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드래곤볼이 모였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이제 용신을 불러볼 차례이다. (물론 소원을 들어주지는 않는다.)

라이젠 9 5900X 박스가 없어 라이젠 9 3900X 박스를 같이 두고 촬영했다. (일단 자사 제품 노출은 중요하다!)

고성능이면서도 작은 사이즈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 ASUS Crosshair VIII Impact 메인보드의 모습이다. X570 칩셋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통해 라이젠 5000 시리즈를 완벽하게 지원한다.

라이젠 9 5900X 프로세서를 장착한 모습이다. 일체형 수냉 쿨러를 사용할 예정이므로 쿨러를 먼저 조립하지 않았다.

케이스 내부에 조립하는 과정에서 분리했다가 다시 장착하기는 했지만 메모리는 써멀테이크 TOUGHRAM RGB를 사용했다. 아주 화려한 느낌보다는 블럭같은 느낌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게 이 메모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Crosshair VIII Impact 메인보드의 경우 Mini-DTX 타입으로 M.2 슬롯을 위한 공간이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SO-DIMM 2 슬롯에 확장카드 형태로 M.2 SSD를 최대 2개 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여기에는 WD SN850 SSD 500GB를 장착해 시스템에 연결했다.

확장 카드는 방열판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고성능 SSD가 동반하게되는 발열도 해소가능하다.

시스템에 장착하면 측면 REPUBLIC OF GAMERS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무게가 크게 무겁지 않아 별도의 가이드 없이 메모리 슬롯과 유사한 방식으로 슬롯 양쪽을 고정하는 것으로 장착이 마무리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케이스에 넣을 차례다. 이 케이스는 10만원도 안하는 금액으로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흔히 말하는 실버스톤의 쌀통(FT-03) 모델의 구조를 많이 닮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포장도 고급스럽게 부직포 재질의 파우치로 한번 더 포장되어있다.

제품 외형을 찍었는데, 쌀통이라고 할까 공기청정기라고 할까 실로 그 모습이 케이스같은 느낌이 없다.

전혀 모른척 하고 이대로 갔다놓으면 부모님은 PC 케이스라고 생각 안하셨을 디자인이다. 전체가 통풍가능한 구조로 되어있는데, 아크릴 및 강화유리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부품들을 훤히 보여주는 케이스를 원했다면 이 케이스는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케이스는 상단, 전측면 모두 분리가 가능한 구조이다. 상단은 자석을 적용해 고정하는 방식이고, 측면 패널들은 케이스 홀과 상단 나사 2개를 통해 프레임에 튼튼하게 고정되는 방식인데, 조립을 위해서는 모두 제거하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결국 조립하다보면 다 분리해야 한다.

이 시스템에 전원을 공급해줄 마이크로닉스 SFX 파워는 해당 규격답게 엄청나게 작은 크기를 갖고 있다. 700W라는 상당한 출력을 갖추었음에도 정작 작은 크기가 마음에 든다.

케이스에 장착하기 전의 모습이다. 케이스가 워낙 작다보니 SFX 타입 파워서플라이가 그렇게까지 작아보이지는 않는다.

파워서플라이를 장착한 모습이다. SFX 타입이라 후면 공간도 좁다보니 파워서플라이 스위치도 일반 파워서플라의 절반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

케이스 내부에 메인보드를 장착했는데, 메모리를 제거할 수 밖에 없었다. 전원 케이블들을 연결하기에는 공간이 매우 비좁기 때문에 메모리를 제거한 후 케이블들을 먼저 연결했다.

메인 전원케이블 24Pin 및 4+4Pin 보조전원을 연결한 모습이다. 케이스에서 제공하는 선정리 홀은 조금 더 넓게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연결해주는 케이블(전원 스위치, 전면 오디오, 전면 USB Type-C 및 USB 3.0 케이블)을 모두 연결하고 메모리를 다시 장착했다.

메인보드의 I/O 단자들은 케이스 상단쪽으로 드러나는 구조이다. 물론 상단 패널을 덮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깔끔한 외형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필요한 케이블은 후면 패널에 있는 선정리홀을 통해 I/O 단자에 연결할 수 있다.

2열 일체형 수냉 쿨러 장착은 케이스 측면 가이드 부분에 장착해야 한다. TRACER DT-240은 클립 고정 방식이라 별도의 가이드나 나사를 여러개 사용하지 않고 편리하게 탈/부착이 가능해 라이젠 사용자가 조립하기에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케이스의 구조가 특이하고 좁기 때문에 케이스 아래쪽에서 호스가 시작되도록 일체형 수냉 쿨러를 달아주어야 한다. 호스자체가 유연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방향으로 장착하지 않으면 CPU에 체결할 수 없다.

다크플래시가 잘했다고 생각이드는 부분이 DLH21 ITX 케이스 구매시 기본으로 팬그릴 2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비좁은 ITX 케이스에 일체형 수냉 쿨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팬에 케이블이 걸려서 팬 고장이나 블레이드가 부러질 수 있는데, 팬그릴 사용으로 인해 이런 위험이 실제로 많이 줄어든다. 디자인적으로는 완전 기본 형태의 팬그릴이라 특별한 것은 전혀 없지만 좁은 구조에서 나름의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장착하면 호스부분이 상당히 빡빡하다. 좁은 공간때문에 호스가 여유있게 안정적인 각도로 구부러지는 느낌보다는 억지로 구부러진 느낌이 상당하다. 되도록이면 호스가 유연한 일체형 수냉 쿨러 사용을 추천하고 싶다.

쿨러 장착 전 서멀을 도포해줬다. 개인적으로 넘칠정도로 많은 것 보다는 조금 모자란 정도가 좋은 느낌이다.

그래픽카드 이외 부품들을 모두 장착한 모습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최대한 케이블을 정리하니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내부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기 전 모습이다. 최근 나오는 ITX 케이스들은 그래픽카드 장착 시 라이저 케이블을 사용해 위치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당 케이스는 상당히 고가인 라이저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고 메인보드에 직결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라데온 RX 6900 XT를 장착한 모습이다. 최상위 그래픽카드 임에도 길이가 짧은 편이라 장착에 상당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래픽카드까지 장착한 시스템의 모습이다. 조립과정은 조금 힘들었지만 선정리를 어느정도 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면 비교적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전원을 넣으면 케이스 받침대 주변으로 RGB LED가 표현된다. 상단에 있는 버튼을 통해 LED 효과를 변경할 수 있다.

케이스를 닫아버리면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아 고급 부품을 사용했더라도 내부를 뽐내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공기 흐름이 충분한 구조이므로 발열해소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

 

케이스 크기는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하도록 뚱캔과 비교를 해 보았다. 아주 작은 크기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케이스보다는 확연히 작은 크기가 매력적이다. 더불어 블랙 색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관리만 잘 한다면 장기간 사용 시 변색으로 인한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스에 조립하면서 특히 좋았던건 도장이 제법 고급스러웠던 것이다. 워낙 심플한 외형을 갖춘 제품이라 도색이 상당히 중요한데, 표면 처리도 잘 되어있어 저렴한 도색이 적용된 케이스와는 비교 불가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이젠 5 5900X와 라데온 RX 6900 XT는 그야말로 라라랜드에서 최상위 조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앞으로의 게임 라이프는 해당 시스템이 책임져 줄 것으로 생각된다.